전문가 인터뷰

지역활동가가 본 학생 프로젝트 — "왔다 갔는데 우리 동네에 남은 것"

PBL·캡스톤 프로젝트가 한 동네에 들어가면 학생만 학습을 가져갑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한국의 지역활동가·소상공인·시민단체가 공개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을 재구성해, 학생 프로젝트의 윤리적 시선을 정리했습니다.

PBL·캡스톤 프로젝트가 한 동네에 들어가면 학생만 학습을 가져갑니다. 학생은 한 학기 동안 그 동네에서 인터뷰를 하고 관찰을 하고 자기 결과물을 만듭니다. 학기가 끝나면 학생은 학점과 경험을 갖고 떠납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이 글은 한국의 지역활동가·소상공인·시민단체가 공개 인터뷰·강연에서 학생 프로젝트에 대해 말한 내용을 재구성한 좌담 형식입니다. 학생 프로젝트를 마중하는 쪽의 시선이 어떤지를 정리했습니다. 발언자 이름은 익명 처리(A·B·C)했습니다.

"왔다 갔는데 우리 동네에 남은 것"

"매년 한두 팀씩 학생들이 우리 동네에 와요. 인터뷰하고 사진 찍고 돌아갑니다. 한 학기에 우리 가게에만 3~4팀이 올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를 우리는 모릅니다."
— 한 골목 상권 소상공인 A (공개 인터뷰 재구성)

A 소상공인의 발언은 학생 프로젝트의 가장 큰 윤리적 함정을 정확히 짚습니다. 학생은 동네의 시간과 신뢰를 빌립니다. 인터뷰 30분, 사진 촬영 허가, 매장 방문 — 모두 동네의 자원입니다. 그런데 학기가 끝나면 그 빌린 것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왔는지조차 안 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동네는 학생 프로젝트에 협조하지 않게 됩니다. "또 와도 이번에도 그냥 끝나겠지"라는 학습이 동네에 쌓입니다. 다음 학기 학생들이 인터뷰를 요청할 때 동네는 거절하기 시작합니다.

"학생들에게 가장 답답한 순간"

"학생들이 와서 \"저희가 이 동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할 때가 가장 답답해요. 우리는 그 문제와 30년을 살고 있는데, 한 학기 와서 해결하겠다고 하니까요. 진심은 좋지만 그 진심이 우리를 작아 보이게 만들 때가 있어요."
— 시민단체 활동가 B (공개 강연 재구성)

B 활동가의 지적은 학생 프로젝트의 또 다른 함정입니다. 학생은 동네 문제를 "풀어주려고" 오지만, 동네 입장에서는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오래 시도해왔다"는 맥락이 있습니다. 학생의 진심이 클수록 동네 입장에서는 "우리가 무능했다"는 신호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 함정을 피하려면 학생이 "풀어주는 사람"이 아닌 "배우러 온 사람"의 자세로 들어가야 합니다. 학생 프로젝트의 진짜 가치는 동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동네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데 있습니다. 이 사실을 학생에게 미리 말해주는 것이 운영자의 역할입니다.

"그래도 좋았던 학생들의 공통점"

"그래도 좋았던 학생들이 있어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학기가 끝난 뒤에도 한 번은 다시 와요. 결과물을 갖고 와서 \"이렇게 만들었어요\"라고 보여주거나, 짧은 편지 한 통이라도 보내줘요. 그러면 우리도 \"우리가 도와준 게 어디로 갔구나\" 알게 됩니다."
— 지역활동가 C (공개 인터뷰 재구성)

C 활동가의 말은 운영자가 학기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을 알려줍니다. 학생이 결과물을 인터뷰 대상자에게 한 번 돌려주는 것 — 이 단순한 행동 하나가 동네와 학교의 관계를 다르게 만듭니다.

운영자가 학기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3가지

지역활동가들의 공개 발언을 종합하면 운영자가 학기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작은 행동 3가지가 있습니다.

지역과 학교의 관계 — 단발성에서 지속 협력으로

한국의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정책 전환과 같은 흐름은 학교가 지역과 더 깊게 묶이도록 요구합니다. 학생 프로젝트가 단발성으로 동네에 들어갔다 나오는 패턴은 이 정책 방향과 맞지 않습니다.

슈퍼로컬은 같은 동네·기관과 여러 학기 누적 관계를 만드는 운영 구조를 권합니다. 한 동네에서 1학기에 4개 팀이 들어가고, 다음 학기에 후속 4개 팀이 이전 결과를 이어받아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동네 입장에서도 학생 프로젝트가 누적 자산이 됩니다.

⚡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한 문장

"학생들이 우리에게 빌린 시간과 신뢰를 어떻게든 돌려주려고만 해도, 우리는 그 다음에도 협조합니다." — C 활동가

학생 프로젝트의 진짜 가치는 결과물의 완성도가 아니라 학생이 사람을 어떻게 만나는지 배우는 데 있습니다. 동네는 그 학습의 장이지 자원이 아닙니다. 이 시선이 학생에게 한 학기 동안 전달되면, 학생은 졸업 후에도 사람을 그렇게 만납니다. 그것이 진짜 혁신가의 기본 자질입니다.

본 글은 한국 지역활동가·시민단체·소상공인의 공개 인터뷰·강연 자료 기반 재구성. 발언자 명은 익명 처리 등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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