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리운전·가사·IT까지, 앱을 켜는 순간 '노동자'가 되지만 앱을 끄면 보호가 사라집니다. 근로기준법의 울타리 밖에서 88만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2024년 8월 발표한 「2023년 플랫폼 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종사자는 88만3천 명으로 2022년 79만5천 명보다 11.1% 증가했습니다. 2021년 66만1천 명과 비교하면 3년 만에 33.6% 늘었습니다. 전체 취업자 중 3.3%가 앱을 통해 일감을 받고 플랫폼이 대가를 중개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분야별로는 배달·운전이 48만5천 명으로 여전히 가장 많지만 전년 대비 5.5% 감소한 반면, IT서비스(14만4천 명)는 141.2%, 교육·상담 등 전문서비스(4만1천 명)는 69.4% 급증했습니다. 플랫폼 노동은 '라이더'의 얼굴을 벗고 개발·교육·번역·디자인까지 직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이들의 월평균 플랫폼 수입은 145.2만 원, 월 근무일은 14.4일, 일 근무시간은 6.2시간에 머물렀습니다. 종사자들은 '계약에 없는 업무 요구(12.2%)', '건강·안전 위험(11.9%)', '일방적 계약 변경(10.5%)', '보수 지급 지연(9.5%)' 등 근로기준법이라면 당연히 문제가 될 항목들을 최대 애로사항으로 꼽았습니다.
플랫폼 종사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것은 '계약에 없는 업무 요구(12.2%)', '건강·안전의 위험 및 불안감(11.9%)', '일방적 계약 변경(10.5%)'이었다. 이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임금근로자라면 제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 「2023년 플랫폼 종사자 실태조사」, 2024.08.05
가장 구조적인 원인은 플랫폼 종사자가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로 분류된다는 점입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연장근로수당·해고제한 같은 기본 보호를 받기 어렵고, 일감을 주는 플랫폼은 '중개자'를 자처하며 사용자 책임에서 비껴납니다. KDI는 배달앱 등 주요 플랫폼의 수요독점력이 커질수록 고용은 유지되지만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임금 몫이 축소되는 경향이 실증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알고리즘입니다. 배차·수수료·평가가 자동화된 알고리즘으로 정해지는데 종사자에게는 산출 방식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고용노동부 논의 과정에서 배달의민족·쿠팡이츠가 운영하는 '라이더 등급제'와 지역별 차등 기본료(수도권 3,000원·영호남 2,600원) 등 알고리즘 기반 임금 결정 방식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세 번째 원인은 제도의 시차입니다. 2023년 7월 산재보험 전속성 요건이 폐지되며 약 63만 명의 특고·플랫폼 종사자가 산재보험 체계에 들어왔지만, 고용보험·국민연금 가입률은 여전히 임금근로자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알고리즘 투명성·단체교섭권·계약해지 절차 등을 규율할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2021년 발의 이후 국회에서 수년째 계류 상태입니다.
배달앱의 경우 시장 집중도가 높아질수록 고용 규모는 줄지 않지만 임금은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플랫폼이 노동수요 자체를 줄이지 않더라도 협상력의 비대칭이 강해지며 종사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된다.
— KDI, 「플랫폼 노동에 관한 경제학적 분석: 플랫폼 노동수요독점력과 사회적 보호 설계를 중심으로」, 2024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보험 확대와 쉼터·공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사각지대를 좁히고 있습니다.
2023년 7월 1일부터 산재보험법상 '전속성' 요건을 없애 하나의 사업장에 속하지 않은 배달·대리·퀵서비스·화물차주 등도 당연 가입 대상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이 조치로 약 63만 명이 추가로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월평균 보수 260만 원 미만 노무제공자·플랫폼 종사자를 대상으로 고용보험료의 최대 80%를 지원합니다. 2024년에는 지원 대상에 화물차주를 추가하고, 산재보험료 지원(월 최대 1만2,040원)도 1년간 병행해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직영 10곳·자치구 20곳 등 총 30곳의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하고, 혹서·혹한기에는 '찾아가는 쉼터'를 확대해 2024년까지 약 2만5천 명의 배달·대리·택배 기사가 이용했습니다. 전국 130여 곳의 라이더 쉼터 위치는 우아한청년들이 고용노동부와 협약해 실시간 안내 중입니다.
민간에서도 공제·소득증명·쉼터 안내 등 '계약 밖' 노동자의 한 가지 마찰만 정밀하게 푸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설립된 비영리 공제회로, 플랫폼·프리랜서 대상 '목돈마련 응원사업(월 10만 원 적금에 연 최대 24만 원 매칭)'과 직업훈련비(1인 50만 원), 건강·복지 지원을 운영합니다. 금융산업공익재단은 연 30억 원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 핵심 범위: 노동법 밖 종사자에게 '자산형성·복지'만 정밀 보완
금융산업공익재단과 노동공제회가 협약을 맺고 강사·번역가 등 프리랜서의 분절된 수입 이력을 통합 증명서로 발급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1차년도 프리랜서 강사 300명, 2차년도 5개 직종 3,000명으로 단계적 확대 예정입니다.
→ 핵심 범위: 은행 대출·임대차 심사에서 막히는 '소득증명' 한 단계만 해결
우아한청년들(배민커넥트 운영사)이 고용노동부와 협약해 전국 130여 곳 라이더·이동노동자 쉼터의 위치와 운영시간을 배민커넥트 앱·카카오톡·인스타그램에서 실시간 안내합니다. '쉼터가 있는데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정보 비대칭만 해소하는 좁은 접근입니다.
→ 핵심 범위: 이미 있는 공공 쉼터의 '탐색 마찰' 한 가지만 제거
한 학기 규모에서는 '계약서 해독기'나 '쉼터 5분 내비' 같이 하나의 마찰만 푸는 MVP가 현실적입니다. 예: 배달·대리 앱의 약관·수수료 변경 이력을 크롤링해 알기 쉬운 타임라인으로 보여주는 웹앱, 또는 이미 운영 중인 공공 쉼터·산재 신청 창구·공제회 가입 절차를 지도+챗봇 하나로 묶은 안내 서비스. 데이터는 고용노동부 보도자료·공제회 공개자료·지자체 쉼터 목록 등 공공데이터로 확보 가능합니다.
→ 대학생 팀도 한 학기 내에 이 정도 규모의 MVP는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플랫폼 노동 문제는 '불쌍한 라이더'가 아니라 '법 정의의 공백'입니다. 근로기준법이 상정한 '사용자-근로자' 모델이 알고리즘 중개에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사람이 같은 일을 해도 앱에 접속한 순간 보호 체계가 사라집니다. 학습자는 먼저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 좁혀야 합니다. 법 개정은 수년이 걸리지만, 소득증명·쉼터 안내·산재 신청 동선 같은 개별 마찰은 학생 프로젝트 수준에서도 의미 있는 개선이 가능합니다. 또한 이 주제는 배달에 과도하게 편중된 공론장을 IT·전문서비스(141%·69% 급증)로 넓혀 볼 때 더 정확한 문제 정의가 가능합니다.
플랫폼 노동의 문제는 노동수요독점력이라는 시장 구조에서 비롯된다. 플랫폼 종사자를 일률적으로 근로자 또는 사업자로 규정하기보다, 개별 플랫폼의 수요독점력 수준을 측정해 그에 비례한 사회적 보호를 설계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 KDI 연구팀 (한국개발연구원)
※ KDI, 「플랫폼 노동에 관한 경제학적 분석: 플랫폼 노동수요독점력과 사회적 보호 설계를 중심으로」(연구보고서 2024) 및 KDI FOCUS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설계」 요지 재구성를 바탕으로 요지 요약. 직접 인용이 아니며 정확한 원문은 해당 문헌을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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